‘프로 산책러’가 꼽은 부산에서 걷기 좋은 길

지난 4월 초 휴가 겸 여행으로 부산에 다녀왔다. 광안리와 해운대에 가보니 산촌과 내륙 도심 지역에만 살았던 내게는 다소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바다와 해수욕장의 경계부를 맨발로 산책하는 이들이 보였다.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바다에서 걷는 것도 아니고, 모래사장에서 걷는 것도 아닌 산책을 일상처럼 즐기는 이들이다. 찰싹찰싹 바닷물이 적셨다가 빠져나가는 모래바닥에 발자국이 남는다. 그런데 해양 자원을 매개로 한 관광 산업이 극단적으로 개발된 광안리와

〈애스터로이드 시티〉 웨스 앤더슨, 당신은 정말로 영화를 사랑하는구나

애스터로이드 시티 (Asteroid City, 2023) © Focus Features 경계를 넘어 너에게 닿기를 오래전 마틴 스콜세지 영화를 볼 때 그랬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볼 때도 그랬다. 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미셸 공드리의 영화를 볼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 근래에는 데미언 셔젤의 영화들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더랬다. 이 감독은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구나, 진심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영화를 사랑하는 것 같은 감독을 꼽자면

“내가 말할 자격은 내가 주는 거야”: ‘선 뻔뻔’ 후 용기를 내는 자세에 대하여

한 달에 한 번 독서 모임에 간다. 발제처럼 딱딱한 의식이나 거창한 식순이 없는 캐주얼한 모임이다. 돌아가며 책 한 권을 추천하고, 읽은 후 와인이나 맥주를 곁들여 수다를 떠는 만남에 가깝다. 이번 책은 내가 추천한 『강원국의 글쓰기』였다. 몇 번의 모임을 통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책을 넘어 글쓰기까지도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추천했다. 실제로 책에는 글쓰기 초보들이 고민하는

AI의 세상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철학적인 질문들

정작 잊고 있던 질문, “왜 하는가” 사람들, 특히 한국 사람들은 기술을 배우는데 하는 투자(시간, 정력 포함)는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이루고자 하는 ‘가치 추적’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하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과 가치는 방법과 목적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지만, 왜 공부하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직장인들은 투자를 하지만, 왜 돈을 버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고시원에 묻혀 살면서, 고시에 붙어서 무엇을 할지

와인의 역사: 와인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와인 포도의 즙을 발효시켜 만든 서양 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시작하며 이번 뉴스레터는 와인의 역사입니다. 소주, 막걸리, 청주, 맥주, 위스키에 이은 6번째 술의 역사인데요. 이렇게 늦게 한 이유는 가장 잘 모르는 술이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평소 잘 알지 못했던 것을 조사하게 되면 자신감이 떨어지는데요, 아마 이번 내용도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본다면 부족할 겁니다. 그래도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와인의 역사를 조사하면서 느낀 점은 와인의